선풍기 날개 세척 안 하면 벌어지는 일 — 여름철 위생의 맹점

선풍기 날개 세척은 다들 하셨습니까? 올여름도 어김없이 선풍기를 꺼냈다.
작년 여름을 보내고 가을쯤 베란다 창 안에 넣어뒀던 그 선풍기.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고, 바람도 잘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코가 간질간질했다.
“바람 쐬면 좀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눈이 가렵고 재채기까지 나왔다.

혹시나 싶어 선풍기 앞망을 열고 날개를 확인해봤다.
순간 멈칫했다. 분명 눈으로 보기엔 깨끗한 줄 알았던 날개와 망 안쪽에는 얇은 먼지층이 가득했다. 희뿌연 먼지가 날개마다 앉아 있었고, 손으로 살짝 문지르자 뽀얗게 묻어났다.
그제야 알았다.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상쾌하지 않고, 오히려 코를 자극하던 이유를.


선풍기 바람 = 먼지 바람?

선풍기 날개에 묻은 먼지는 단순한 ‘때’가 아니다.
공기 중의 미세먼지, 사람의 피부각질, 섬유조각, 애완동물 털, 심지어 곰팡이 포자까지 섞여 있을 수 있다. 이게 날개를 따라 고속으로 회전하며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보자.

특히 아이가 있거나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있다면, 이 먼지바람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호흡기 자극, 눈 가려움, 비염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 같은 초미세먼지 시대에는 창문을 닫고 선풍기를 트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실내 공기의 질을 해치는 주범이 바로 ‘먼지 낀 선풍기’가 될 수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곰팡이성 비염, 건조성 결막염, 그리고 아토피 악화를 겪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피부과나 이비인후과에서 환자들이 선풍기 바람 때문에 증상이 심해졌다는 상담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눈에 안 보인다고 ‘없다’는 건 아니다

선풍기는 한여름 내내 하루 6~8시간씩 돌아간다.
그 시간 동안 공기 중의 먼지를 날개에 쌓이게 하고, 다음 해 여름엔 그 먼지를 그대로 흩뿌린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아무리 깨끗하게 보관했어도, 완전히 밀폐된 환경이 아닌 이상 먼지는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특히 날개와 그 뒷면은 청소하기 까다롭고, 그냥 방치하기 쉬운 구석이다.

게다가 플라스틱 재질은 정전기까지 발생해 먼지가 더 잘 달라붙는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도, 실상은 하루 종일 미세먼지 뿜는 기계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한 가지 더, 여름철은 실내 습도도 높기 때문에 선풍기 내부의 먼지가 뭉쳐 눅눅한 상태로 변할 수 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내부에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서식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풍기 위생, 이렇게만 하세요

다행히 선풍기 청소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한 번 제대로 청소해두면 한여름 내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1. 분해 후 미지근한 물 + 중성세제 사용
날개와 앞망은 분리해서 주방세제나 베이킹소다를 섞은 물에 담가 닦는다.
구석구석 닦은 뒤 그늘에서 완전히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젖은 상태로 조립하면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2. 본체는 물수건으로만 닦기
전기부품이 있는 모터나 본체는 물이 닿으면 고장 위험이 있으므로 딱딱 짠 물수건으로 표면만 닦아준다.

3. 필터 장착형 선풍기는 교체 주기 체크
요즘엔 탈취필터나 미세먼지 필터가 포함된 선풍기도 있는데, 이 경우 필터도 교체해줘야 한다.
제조사마다 교체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설명서를 꼭 확인하자.

4. 보관 전 ‘완전 건조’ 후 박스 보관
여름이 끝나고 보관할 땐 반드시 모든 부품을 완전히 말린 후 포장해야 한다.
습기 찬 상태로 넣으면, 다음 해에는 곰팡이 천국이 되어 돌아온다.

5. 청소 주기는 최소 ‘2주~한 달에 한 번’
한여름엔 먼지가 금방 쌓이므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먼지 점검을 하고 물티슈로 앞망이라도 닦아주는 것이 좋다.


여름철 위생, 선풍기부터 점검하자

우리는 매일 선풍기 바람을 얼굴 가까이 쐰다.
하지만 정작 그 바람을 내는 날개가 얼마나 더러운지는 까맣게 모른 채 쓸 때가 많다.

거창한 위생 관리보다도,
1년에 딱 한 번이라도 날개 청소를 제대로 해두면
가족의 건강과 쾌적한 여름 생활에 큰 차이가 생긴다.

지금, 혹시 집에 있는 선풍기—꺼내기만 하고 그냥 쓰고 계시진 않나요?
한 번 날개 뒷면을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딱 30분만 투자해서 먼지와 세균을 날려버린다면, 올여름 바람은 훨씬 더 상쾌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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