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를 그냥 음식 데우는 기계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다르게 보셔야 한다. 나는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흔히 말하는 개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설거지를 끝내고 물기를 짜낸 행주를 싱크대에 걸어두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저 행주, 깨끗한 걸까? 냄새는 나지 않을까?”
겉보기엔 말라 보이지만, 사실은 세균 천국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났다.
특히 여름철이면 더 걱정이 된다.
습한 날씨에 주방이 후끈해지면 행주에서 나는 눅눅한 쉰내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날 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전자레인지 살균법’이라는 영상을 보게 됐다.
행주에 물을 적셔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리면 살균이 된다는 거다.
‘진짜 될까?’ 반신반의하며 해봤더니, 놀랍게도 살짝 김이 나면서 뽀송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냄새도 확 줄어든 느낌.
그날 이후 나는 전자레인지를 단순히 음식 데우는 기계가 아닌, 살균기로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은 매주 한 번씩 행주·도마·수세미를 전자레인지로 돌리는 게 루틴이 됐다.
🔸 행주 – 물에 적셔 1분, 세균 99% 제거
행주는 매일 쓰는 물건이지만, 매일 삶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은 빨아서 말리는 수준인데, 문제는 그렇게 해도 보이지 않는 세균이 남는다는 것.
게다가 아기나 반려동물 있는 집이라면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에 물에 적신 상태로 1분만 돌리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주요 균들이 대부분 죽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건 단순 민간요법이 아니라, 일부 위생 관련 실험 논문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 단, 마른 상태로 돌리면 화재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물에 충분히 적셔야 한다.
스테인리스 섬유가 섞인 제품은 전자레인지 금지다.
(불꽃이 튈 수 있음)
TIP: 돌린 후 완전히 식히기 전까지는 손대지 말 것. 내부가 상당히 뜨거워 화상을 입을 수 있다.
🔸 도마 – 천연소독제 + 전자레인지의 콤보
도마는 칼자국 사이로 음식물이 스며들면서 세균 번식 1순위가 되는 도구다.
특히 고기를 썰거나 생선을 손질한 후 제대로 소독하지 않으면,
다음에 사용하는 재료에도 냄새가 배고, 2차 오염이 생기기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 식초나 레몬즙을 표면에 고루 바른다.
- 물을 살짝 뿌리고 랩으로 덮는다.
- 전자레인지에 1~2분 돌린다.
이러면 식초(또는 레몬의 유기산) + 고열의 콤보로
제법 강력한 살균 및 냄새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고기 썬 후 도마가 약간 끈적한 느낌이 남을 때 이 방법을 자주 쓴다.
그냥 물로 씻을 때보다 확실히 냄새가 덜하고, 도마도 한결 산뜻해진다.
단, 스테인리스 도마는 금지.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한 재질인지 먼저 확인은 필수다.
🔸 칫솔 – 하루 1회 전자레인지 OK?
이건 조금 조심스러운 주제다.
요즘 SNS나 카페에서도 “칫솔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살균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미국 위생정보사이트나 생활정보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단, 몇 가지 조건이 있다.
- 칫솔모만 물에 담근 후 짧게 (20~30초 내외) 돌릴 것
- 플라스틱 손잡이까지 완전히 마르면 휘거나 녹을 수 있으니 주의
- 전자레인지 돌릴 땐 내열 유리컵에 세워놓는 방식이 가장 안전
나는 개인적으로 칫솔 살균은 자외선 살균기를 선호하지만,
여행 중이나 응급 상황에서는 이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 스펀지, 수세미, 키친타올 – 전자레인지 필수템
오히려 가장 살균 효과가 뛰어난 건 이들일 수 있다.
특히 젖은 수세미나 스펀지는 전자레인지 고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나면, 찌든 냄새가 빠지고 물기까지 싹 날아간다.
단, 오래된 수세미는 돌리고 나면 탄내가 날 수 있으니
“살균 테스트 겸 교체 시점 확인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내 경우는 수세미를 돌린 후 탄내가 나기 시작하면,
“아, 이제 바꿀 때가 됐구나” 하고 새 걸로 교체한다.
💬 집에서 이렇게 말해보세요
“여보, 그 행주 그냥 빨면 세균 그대로야. 전자레인지 돌리자.”
“도마도 식초 뿌리고 전자레인지에 좀만 돌리면 냄새 확 줄어.”
“칫솔? 진짜 급하면 물에 담가서 20초만… 근데 자주는 안 돼!”
“수세미도 돌려서 냄새 날아가면 속 시원하잖아.”
🧽 언제, 얼마나 자주 돌려야 할까?
사람마다 주방 사용 빈도는 다르지만, 1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돌려줘도 위생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여름철엔 행주나 수세미에서 냄새가 나기 쉬우니, 매일 저녁 설거지 끝나고 1분 돌리기 루틴을 만들어보자.
시간은 1분이지만, 효과는 하루 종일 간다.
✅ 마무리 Tip
전자레인지 소독법은 매우 간단하지만, 고온 가전기기인 만큼 주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반드시 물을 적셔야 함
-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한 재질인지 확인
- 타이머 너무 길게 설정 금지
- 뚜껑 있는 용기, 금속 성분 금지
- 사용 후 바로 손대지 말고 식힌 후 꺼낼 것
이것만 지킨다면,
우리 집 전자레인지는 이제 **‘데우기 + 살균기 + 탈취기’**로 재탄생한다.